◆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할리우드로 진출한 '주온'의 리메이크 '그루지'.
한여름을 이기는 걸작 공포영화選 ③·끝
'텍사스 전기톱…', '13일의 금요일' 등 매니아층 형성
'쏘우' 등 고어물 이어 페이크 다큐 신선한 충격
영화 시장의 메카 할리우드는 선혈이 낭자한 슬래셔나 고어물 등 시각적 공포를 통해 호러팬들을 사로잡아 왔다. 여기에 영혼, 원령을 공포의 주 소재로 삼은 아시아 공포영화까지 자신들의 색깔로 리메이크해 전 세계 공포영화 시장을 장악했다.
할리우드는 공포영화 장르 중 슬래셔 무비 부분에 특화됐다. 무자비한 살인범이 등장하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1974), '할로윈'(1978), '13일의 금요일(1980)', '나이트메어'(1984) 등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수많은 매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할로윈'의 마이크 마이어스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대표 살인마 바통은 스크림(1996) 시리즈의 유령 가면 살인마가 넘겨받았다. 식칼로 B급 유머를 던지며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선사해 9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로 성장했다.
◆ 목숨을 조여 오는 심리적인 압박과 살인마 '직쏘'의 잔인함으로 고어적 취향의 관객을 만족시킨 '쏘우'.
2000년대 초반에는 슬래셔 무비와 함께 고어물이 인기를 끌었다. '데스티네이션'(2000)·'쏘우'(2004) 등의 공포영화가 히트하며 고어적 취향의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제임스 완 감독의 데뷔작 '쏘우'는 목숨을 조여 오는 심리적인 압박과 살인마 '직쏘'의 잔인함이 포인트인 작품이다. 직쏘의 대사인 "I want to play a game", "Let the game begin" 등은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퍼져나갔다. 또 '데스티네이션'은 죽음에도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독특한 설정에 힘입어 2011년까지 시리즈가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오컬트 장르의 약진도 할리우드에서 돋보였다. 지난 1999년 개봉된 블레어 위치는 제작비 6만 달러로 2억 4863만 달러를 벌어들여 '장편 주류 영화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영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3명의 영화학도가 실종되면서 생긴 일을 기록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심리적 공포감을 준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 220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박스오피스 외국 공포영화 부문 흥행 1위를 기록한 '컨저링'.
블레어 위치를 시작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악령이 들린 인형 애나벨을 갖게 된 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 '컨저링'(2013) 등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각각 44만·220만 명을 동원할 정도로 인기였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들이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주류를 오컬트 무비로 바꾸는 세대교체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공포영화계는 심령, 오컬트적 공포를 다루면서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귀신이 등장하는 아시아 공포영화에 관심을 보인 할리우드는 리메이크 작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1998년 등장한 '링'은 2002년 고어 버빈스키 감독에 의해 할리우드식으로 재탄생했다. '링' 리메이크작은 원작보다 더 세련된 영상과 미장센이 돋보인다는 평과 함께 영화 전문 사이트 'imdb.com'가 선정한 '美 공포영화 흥행 순위' 6위를 차지했다.
'링'과 함께 일본 대표 공포영화로 꼽히는 '주온'(2002)도 할리우드식으로 변화했다. 다만 '주온'의 감독 시미즈 다카시가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인 '그루지'(2004)의 연출을 맡았으나 서양인으로 배우가 바뀐 것 말고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혹평을 받아야했다.
각막 이식 수술 후 죽은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다룬 2002년작 '디아이'. 이 작품은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태국 대표 공포영화로 자리 잡았으나 동명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은 실패로 귀결됐다. 당시 미국 내 떠오르는 청춘 스타였던 제시카 알바가 주인공으로 나섰으나 미국 영화전문사이트 쇼크틸유드랍닷컴(ShockTillYouDrop.com)은 "공포영화임에도 무섭지 않으며 여주인공의 매력만이 남았다"고 평가절하했다.
우리나라 작품도 할리우드가 주목했다. 쇼크틸유드랍닷컴이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공포영화 톱25'에서 24위에 오른 '장화, 홍련'(2003)은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009년 할리우드 시장에 등장했다. 또 유지태 주연의 '거울속으로'(2003)가 '미러'(2008)로 리메이크됐다.
올 여름에도 다양한 할리우드판 호러물이 우리나라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10일 개봉한 컨져링의 스핀오프 '애나벨'의 후속편 '애나벨:인형의 주인'은 개봉 8일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박스오피스 외국 공포영화 부문 흥행 1위인 컨저링이 세운 12일 기록에 육박한 수준이다.
또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그것(IT)'은 다음달 7일 개봉을 앞두고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2억뷰를 돌파했다. '신세계', '올드보이'의 촬영을 맡은 정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했다고 알려져 한국팬들의 기대감도 고조된 상황이다.
◆ 영리한 설정과 탄탄하게 짜인 서사로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제인 도'.
지난 24일 개봉한 '제인 도'는 네이버 누리꾼 평점 8.04를 기록하는 등 기대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제인 도'는 일가족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여인의 시체를 부검하기 시작한 후 벌어지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 세계 15개 영화제 수상 및 노미네이트된 것은 물론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돼 뜨거운 관객 호응을 얻은 '제인 도'는 영리한 설정과 탄탄하게 짜인 서사로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